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10가지 과제 - 기본소득 도입 및 지역화폐 활성화
기본소득: 존엄한 삶을 위한 최소 기반
우리 사회는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약속이 무너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질 미래를 걱정하고, 중장년은 일자리를 잃는 순간 생계 자체가 위태로워집니다. 이런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한 달 30만 원, 50만 원의 기본소득은 생존의 숨통이자 재기의 마중물이 됩니다. 실제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서는 전국 최초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2022년부터 시행되었고, 전 주민에게 매월 15만 원의 지역화폐가 지급되었습니다. 그 결과, 34개월간 200억 원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며 식당, 정육점, 미용실이 생기고, 골목상권이 되살아나는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한 주유소 사장은 “기본소득 이후 매출이 30% 늘었다”고 말했고, 다섯 가족은 “한 달 75만 원으로 오랜만에 외식하는 여유를 누렸다”며 웃었습니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지역경제를 따뜻하게 데우는 현실적 정책임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산면 사례는 한계 또한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인구는 사업 첫해 소폭 늘었다가 다시 감소했으며, 일부 청년은 기본소득을 받으러 전입했다가 정주 여건이 열악해 떠났습니다. “돈만으로는 오래 못 산다”는 한 주민의 말처럼, 기본소득은 만능이 아니라 '기본'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대통령은 기본소득 정책을 양질의 지방 일자리 창출, 주거·교육·의료 인프라 강화와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기본소득은 일시적 연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지역화폐: 지역순환경제의 숨결
지역화폐는 “지역의 부는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는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입니다.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빠져나가는 지역 자본을 지역 상권 안에서 순환시키기 위해 설계된 이 제도는, 지역을 살리는 통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을 때, 그 효과는 명확했습니다. 정부 연구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증가 효과는 45~60%, 소상공인 매장 이용률은 15.5%p 상승했습니다. 전국에서 유통된 지역화폐는 약 22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지역경제에 단비처럼 스며든 생명선이었습니다. 전남 신안군에서는 지역화폐 사용을 계기로 섬 가게들이 활기를 찾았고, 시흥·서울 등 일부 지자체는 시민이 하루 만 보를 걸으면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제도를 통해 건강 증진과 탄소중립까지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화재 피해 지역에 특별할인 지역화폐를 발행하거나, 출산장려금·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등 복지와 경제를 함께 살리는 융합형 정책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현금으로 지급되면 중앙 집중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미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전남 농민수당 등이 이를 실증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확산을 위한 국가의 역할
새로운 대통령은 이러한 선도적 실험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제도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물론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느냐”는 어려운 질문이 따릅니다. 증세 논의, 복지 우선순위 조정은 불가피한 숙제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면, 작은 반발도 감수하고 나아가는 용기 있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이 기본소득 도입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들부터 살피자”는 공동체적 연대가 우리 사회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새 대통령은 정직하고 투명한 소통으로 정책의 목표와 효과를 설득해야 합니다. 국민의 우려에 귀 기울이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화폐의 부작용(부정사용 등)은 차단하고, 사용 편의성과 접근성은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는 가계 부채, 청년 실업, 지방소멸이라는 시대의 절망에 맞서는 따뜻한 대안입니다. 국민에게 작은 경제적 기반을 깔아줄 때, 국민은 더 큰 역량과 희망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결론: 모두를 품는 안전망
국가는 결국 우리 모두의 가족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그 가족의 가장이자 일꾼으로서, 국민 모두를 품는 안전망을 함께 짜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가 잊고 지낸 웃음과 온기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피어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