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10가지 과제 - 언론 개혁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산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 환경은 그 산소가 점점 희박해지는 듯한 숨 막힘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으며, 2023년에는 46개국 중 40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정치권력의 언론 장악 시도와 일부 언론의 자정 능력 상실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첫 번째 자유는 숨 쉴 수 있는 언론 환경입니다. 현재 언론지형을 보면 공영방송은 정권의 압력에 시달리고, 비판 언론은 각종 규제와 제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단 1년 만에 15계단이나 하락해 세계 62위로 밀려났고, 국제사회는 한국이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후퇴 중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언론 장악에 대한 시민의 반응
실제로 최근 YTN의 졸속 민영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방송사 제재 남발, 그리고 방송심의기관을 동원한 보도 통제 사례들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이에 시민들은 광장으로 나와 ‘언론장악에 화났다’, ‘공영방송을 지켜내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언론노동자들은 ‘방송3법 개정을 통해 언론 독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 외침은 단순한 직업인의 호소가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려는 민주주의 최후의 방파제였습니다.
언론 개혁의 필요성
이제 언론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그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정한 보도 환경 구축입니다. 언론은 권력이나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오직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언론계는 스스로 윤리를 강화하고, 사회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해 국민의 판단을 왜곡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중요성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과 강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악의적 왜곡 보도나 허위 사실 유포가 사회적 재난 수준의 피해를 일으킬 경우, 단순한 정정보도나 사과문만으로는 그 피해를 복구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고의적·반복적 가짜뉴스에 대해 손해액의 수 배에 이르는 징벌적 배상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언론이 갖는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더욱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책임의 장치입니다.
팩트체크 시스템과 언론인의 윤리
아울러 팩트체크와 신속한 정정보도 시스템이 상시 작동해야 하며, 편집국의 독립성과 언론인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는 언론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이나 검열이 아니라, 자율규제와 공정심의체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조정해야 합니다. 언론 자유는 방임이 아니라 공공성과 책임의 균형 위에서 보호받아야 합니다.
공영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둘째, 공영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립입니다.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실질적인 독립이 보장돼야 합니다. 현재 대통령이 임명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는 개편되어야 합니다. 여야 합의로 추진되던 ‘방송3법 개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열쇠입니다. 이사회 구성에 시민사회와 방송 내부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사장 임명 절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뉴미디어 환경의 공정성
또한 포털과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 환경에서도 공정성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알고리즘이 편향된 정보만을 노출시켜 국민의 인식이 분열되는 ‘확증편향의 거품’ 속에서, 정부는 IT 기업과 협력해 투명한 알고리즘 공개, 허위정보 필터링 강화, 사용자 신고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언론인의 취재 자유와 안전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권 비판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자가 해고되거나 협박당하는 일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됩니다.
국민의 신뢰 회복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입니다. 지금 많은 국민은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새 대통령은 언론과 국민 사이의 신뢰 회복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보를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수가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언론을 신뢰의 파트너로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과 SNS까지—언론은 민주주의의 눈과 귀입니다.
언론 개혁의 출발점
그 눈과 귀가 흐려지고 막히면, 국민은 어둠 속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언론의 눈물을 닦아주고, 진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유로운 입을 활짝 열어주어야 합니다. 거울이 맑아야 얼굴이 바로 보이듯, 언론이 맑아야 국민도, 민주주의도 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용기 있는 개혁을 시작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