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문화예술 공간의 폐쇄, 우리는 왜 자유를 잃고 있는가?
사회 변화의 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겉으로는 끊임없는 발전을 말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조용히 균열이 번지고 있습니다. 변화와 진보라는 이름 뒤편에서, 오히려 시대를 거스르는 움직임들이 조직화되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과 문화예술 공간의 잇따른 폐쇄, 그리고 다양성과 존엄을 지키려는 목소리에 가해지는 제약은 단지 공간의 상실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지켜야 할 본질적인 가치—자유, 공존,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이 서서히 침묵당하고 있다는 엄중한 신호입니다. 그 어둠의 틈 사이로, 혐오와 배제가 ‘전통’과 ‘도덕’이라는 외피를 입고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흐름의 실체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우리 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되묻고자 합니다.
대학의 역할과 위기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가 스스로를 비추어보는 반사경이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질문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다양한 사유가 충돌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이곳에서, 사회는 잠시 멈춰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공간은 종종 소수자들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말걸기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지성의 등불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압력, 재정적 위축, 이념적 탄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대학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합니다.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은 강의나 전시, 학술행사에 ‘편향’이라는 낙인을 찍고, 반복적인 민원과 항의로 압박을 가합니다. 그들은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다름’을 지우려 하며, 결국 사회의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길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것은 단지 불편한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 공동체 전체의 호흡을 막는 행위이며,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지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등불 자체를 끄려는 시도입니다.
예술의 현재 상황
문화예술 공간은 단지 예술이 전시되고 소비되는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상처와 갈망, 기억과 질문이 함께 숨 쉬는 살아 있는 공적 장소입니다. 예술은 종종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내고, 사회의 균열을 조용히 드러내는 언어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불꽃은 점점 더 거센 바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보수 단체들의 조직적인 항의와 감시, 그리고 ‘국민 정서’라는 이름으로 요구되는 검열은 예술의 자율성과 실험을 무력화시킵니다. ‘공공성’은 이제 시민의 감수성과 공공의 상상력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정의되고 조정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예술가들을 침묵하게 하고, 시민의 감정은 표준화된 틀 안에서만 표현되도록 제한합니다. 상상력은 질식당하고, 감동은 기획된 장면으로만 허락됩니다. 예술의 불꽃이 꺼질 때, 우리는 진실을 비추는 거울 하나를 잃는 것입니다.
정치적 혐오와 그 영향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한 보수적 견해의 표현을 넘어선 정치적 기획입니다. 일부 보수 단체들은 ‘가족’, ‘신앙’, ‘국가’와 같은 익숙하고 정서적인 언어를 동원하여, 차별과 혐오를 제도화하려 합니다. 이들은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청소년, 예술가, 학자 등 다양한 사회 집단을 향해 공격을 감행하며, 그것을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이것은 보수가 아닙니다. 진정한 보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축적된 공동체의 지혜를 존중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포용하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혐오와 배제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것은 단지 반지성적 퇴행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보수의 탈을 쓴 극단일 뿐,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불꽃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말할 것인가. 불꽃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것인가. 우리가 말하는 공존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만 유지될 수 있는 섬세한 가능성입니다. 혐오에 맞서기 위한 첫걸음은, 거창한 구호가 아닙니다. 편견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태도,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마음, 침묵을 깨는 말 한마디가 바로 그 시작입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사회는 불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안에서 가장 강한 연대가 자라납니다. 불꽃은 홀로 타오르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의 숨결이 모이고, 작은 용기가 더해질 때 비로소 꺼지지 않는 빛이 됩니다. 누군가 그 불을 끄려 할 때, 우리는 단호히 말해야 합니다. 그 손은 결국 우리 모두의 얼굴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손이라고. 지금, 시대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침묵과 검열, 혐오와 배제의 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공존과 존엄, 연대의 길을 함께 걸을 것인가. 우리가 지켜야 할 ‘보수’란 오래된 격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품위, 말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서로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공동체의 지혜입니다. 그리고 그 진정한 보수의 씨앗은 거창한 언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목소리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