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의 통제: OTT 플랫폼의 권력
콘텐츠 다양성의 환상과 플랫폼 과점화
OTT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같은 소수의 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자본력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자사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원하는 콘텐츠에 따라 여러 플랫폼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이는 경제적 부담과 소비 피로도를 증가시킵니다. 이로 인해 소규모 플랫폼이나 독립 콘텐츠의 노출 기회는 줄어들어 생태계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접근권의 배타성과 생태계의 폐쇄성
이전의 방송 생태계는 어느 정도의 공공성과 공유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OTT 플랫폼에서는 수익 모델에 따라 콘텐츠 접근이 배타적이고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콘텐츠가 디즈니+ 독점으로 제공되면, 해당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는 한 해당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배타적 유통 전략은 플랫폼 간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제한하고, 사용자는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에 의해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는 결국 콘텐츠의 가치를 플랫폼에 종속시키게 됩니다.
알고리즘 추천과 노출 기회의 편중
대형 OTT 플랫폼은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강력한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콘텐츠에 대한 집중 노출을 초래하고, 사용자는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이로 인해 창의적 시도나 실험적 콘텐츠는 설 자리를 잃고, 대신 인기 콘텐츠 중심의 집중화 현상이 강화됩니다. 이는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자가 인지하는 콘텐츠는 알고리즘의 상위 결과에 많이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 시장의 잠식과 글로벌 플랫폼의 위력
글로벌 OTT 플랫폼은 단순한 콘텐츠 유통을 넘어 지역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현지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로컬 OTT나 방송사와의 경쟁을 넘어 구조적 우위를 점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지역 콘텐츠 제작자들은 글로벌 플랫폼과 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창작 주도권의 상실, 불균형적인 수익 배분, 콘텐츠 표현의 표준화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는 문화 소비의 방식 변화뿐만 아니라, 문화 생산의 권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를 위한 재설계
OTT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하려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부와 규제 기관은 시장 내 과도한 집중을 완화하고, 소규모 창작자와 지역 플랫폼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사용자가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을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건강한 소비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OTT 시대는 다양한 선택을 자랑하지만, 그 선택이 플랫폼의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