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단오맞이 K-국가무형유산축제를 돌아보며
공동체의 기억을 깨우는 시간
2025년 초여름, 서울 인사동의 거리는 오래된 숨결로 되살아났습니다. ‘단오맞이 K-국가무형유산축제’는 전통문화의 깊은 뿌리를 현대사회 속으로 불러들이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닌, 전통의 정신을 오늘의 삶과 감각으로 되살리는 시도였습니다.
놀이, 잊힌 언어로 공동체를 부르는 소리
전통 민속놀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마을의 숨결이 모이고 사람들의 손과 손이 맞닿던 기억의 현장이었습니다. 경상남도 의령군의 ‘큰줄땡기기’는 단지 밧줄을 당기는 행사가 아니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며 세대가 함께 어우러졌던 문화적 의식이었습니다. 굵은 밧줄 위로는 땀과 웃음, 기원이 얽혀 있었고, 그것은 공동체의 힘과 희망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일상은 다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졌고, 마음의 연결은 점차 옅어졌습니다. 온라인 속의 수많은 연결이 현실의 연대감을 대신하진 못한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축제, 단절의 틈을 잇는 문화적 ‘다리’
이런 흐름 속에서 열린 단오맞이 축제는 전통놀이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현대사회가 놓친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줄다리기, 씨름, 그네뛰기 같은 놀이는 ‘놀이’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믿고 함께 힘을 모아야만 성취할 수 있는 과정, 즉 협력과 배려, 연대의 감각을 체험하게 하는 살아 있는 문화였습니다. 특히 이 축제는 계층과 국경,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함께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다문화 가족, 노인, 아이, 학생, 시민이 한 줄을 잡고 웃으며 줄다리기를 하는 장면은, ‘우리’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놀이는 언어보다 빠르게 마음을 연결했고, 차이를 넘어선 공감이 피어났습니다.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 미래를 위한 실험
전통문화는 과거에 머무는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내일을 여는 열쇠입니다. 이 축제는 전통놀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면서도, 그 본질을 잃지 않는 방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전통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고, 문화유산은 더 이상 ‘보존’의 대상이 아닌 ‘참여’의 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전통놀이는 지역 공동체 사업, 도시 재생,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핵심 수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놀이라는 간단한 행위 속에 신뢰, 협동, 소속감, 존중이 스며들면서, 개인은 공동체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됩니다.
문화유산, 미래를 여는 씨앗
이제 문화유산을 계승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의 삶에 스며들게 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할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일입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전통놀이의 장이 열리고 있으며, 이는 우리 문화를 세계로 확장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도시의 골목에서, 학교의 운동장에서, 혹은 온라인 속에서도 전통놀이는 살아 움직이며 공동체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습니다. 축제는 단지 하루의 행사가 아닌, 문화와 사람, 그리고 기억을 잇는 지속적인 움직임의 출발점입니다.
함께 줄을 잡아주세요
결론적으로, 단오맞이 K-국가무형유산축제는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세계를 잇는 문화적 ‘다리’가 되었습니다. 전통놀이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함께 웃고, 함께 땀 흘리며, 함께 살아가자”고. 그 속에 담긴 오래된 지혜와 따뜻한 연대의 힘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산입니다. 우리는 이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살려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더 건강하고, 더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통은 과거의 흔적이 아닌, 우리가 미래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길잡이입니다. 이 길 위에서, 당신도 함께 줄을 잡아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