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키우는 길, 다시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스승의 날의 의미

오늘, 우리는 다시금 ‘스승의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이 날이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서, 오늘의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는 누구를 길러내고 있는지 되묻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교육을 돌아보며, 우리는 다시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스승과 제자, 그 따뜻했던 시절의 기억

한때 학교는 배움의 장소이자, 인간적인 만남의 터전이었습니다. 교실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넘어짐 속에서도 함께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작은 공동체였습니다. 교사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어른이자, 신뢰할 수 있는 멘토였습니다. 존경은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고, 감사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교육의 본질이 살아 있었습니다.

오늘의 교실, 경쟁과 효율이라는 이름의 벽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교실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과열된 경쟁, 점수로만 환산되는 성취가 교실을 지배하면서, 교육은 점차 본래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교사는 더 이상 오롯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없고, 행정과 규제 속에서 지쳐갑니다. 학생들 또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움의 즐거움보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먼저 체험하게 됩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온기 있는 관계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교육은 어느새 ‘사람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결과를 추구하는 시스템’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존경과 감사, 왜 멀어졌는가

‘스승의 날’이 상징적인 날로만 머무는 이유는 단순히 시대의 변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회 전반에서 권위가 무너지고, 존경은 의심과 요구로 대체되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교사를 관리자로, 어떤 학부모는 교사를 서비스 제공자로 인식하는 현상까지도 나타납니다. 신뢰가 약해진 그 자리에 피로감과 무력감이 쌓입니다. 교육은 더 이상 ‘공동체의 성장을 위한 동행’이 아니라, ‘개인의 성취를 위한 각개전투’처럼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진심 어린 가르침은 점점 더 닿기 어려운 메시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배움은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존중, 그리고 기다림 위에 꽃을 피운다는 진실을. 이제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교사가 다시 학생과의 만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과 규제를 줄여야 합니다.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존중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며, 그와 동시에 학생의 고유한 가능성을 알아보고 이끌어주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점수 중심의 획일화된 평가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와 방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그것이 미래를 위한 길입니다. 감성교육, 인성교육, 진로 중심의 체험 교육을 통해, 학생은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고, 교사는 다시 ‘사람을 키우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

이 변화는 어느 한 주체의 몫만이 아닙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정책 입안자, 그리고 지역 사회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공동의 과제입니다. 교육은 모두의 책임이며, 동시에 모두의 희망입니다. 학교가 다시 따뜻한 공간이 되고, 교실에서 웃음과 질문이 오가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 서게 될 것입니다. ‘스승의 날’이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다시, 사람을 위하여

진정한 교육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단지 교사에 대한 존경만이 아니라, ‘배움’이란 것이 인간적인 만남 속에서 가능하다는 믿음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그런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오늘의 ‘스승의 날’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이 길은 쉬운 길이 아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들이 더욱 인간답게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이제는 다시, 사람을 위하여, 교육을 말해야 할 때입니다.